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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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생각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좋은 음식이란 무엇 일까. 우리 몸과 환경에 좋고 지속가능하며 다른 생명을 해치지않는음식을찾고자하는고민.우리가먹는것, 동물이 먹는 것,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한 얘기들. 좋은 음식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생각들을 나눈 팬데믹 시대의 비대면 대담.                       

강소양 (비건 생활 연구소 대표) 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 김소라 (녹색당 원) 장미경 (황금가지 출판사) 김현성 (오보이! 편집장)
*본 대담은 비대면 줌 Zoom 프로그램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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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대담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장미경님은 몇 년 전 제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책을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선물로 많이 줬는데 그 때 부탁을 드리면서 알게 됐 습니다. SNS에 먹을 것과 동물권에 대한 좋은 글도 많이 올리시는 걸 보 다가 얘기를 듣고 싶어 초대 했습니다. 김소라님은 녹색당 당원이신데 좋 은 글은 물론이고 먹는 것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 연락 드렸습니다. 비건타이거 양윤아님은 몇 년 전 비건페스티벌을 계기로 알게 됐는데, 비건타이거라는 훌륭한 비건 패션 브랜드를 이끌고 계십니다. 강 소양님은 양윤아님과 함께 비건페스티벌을 주최하시고, 비건 문화를 알리 시는 데에 노력 하는 분이십니다. 좋은 말씀 많이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먹는 것’입니다. 사람의 의식주는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이나 동물, 지구 환경과 밀접하고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 중에서 먹 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초대한 분들의 평상시 성 향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너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아놓은 것이 아닌가 싶고, 결론도 정해놓고 하는 대담일 것 같아서 좀 김이 빠지기 는 하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먹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행위이죠. 먹는 것으로 위안을 받는 사람들도 많 고, 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먹는다는 것’ 자체를 아주 중 요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영상에서 타인이 먹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 끼기도 하죠. 사실 저는 남이 먹는 것을 보면 불편한데 그런 것에 열광 하 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먹는 행위가 우리한테 그만큼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 같아요. ‘좋은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할텐데, 좋 은 음식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잖아요. 그 차이는 무엇인가, 사람의 가치 관이나 신념에 따른 좋은 음식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시겠지만, 너무 극단적인 표현인지는 몰라도 제가 생각 하는 좋은 음식은 단순하게 ‘죽이지 않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위해서 죽는 생명이 없는 음식. 너무 뻔한 거죠.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정 의를 내리고 싶고요. 저는 육식을 완전히 끊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마음이 불편한 지점이 많고 내적 갈등이 많은 상황이지만, 죽이지 않는 음 식이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각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음식이란 이런 것이다’ 얘기하면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양윤아 다른 음식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나의 한끼를 위해서 동물이 죽는 다는 것이,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름 끼친다’ 고 생각을 했거든요. 채식을 계속 하다 보니까 물론 먹을 때 죽는 생명이 없어야 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멀리있는 음식이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도좋은음식인것같아요.일을바쁘게다니다보면첫끼를열시에 먹거나밖에서먹을때도많은데,근처에식당에서는먹을게없고.그럴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현성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게 소위 그런 걸까요,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

                       

양윤아 네. 그리고 힙한 비건 음식점이 아니어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좋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물류 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비건은 아니지만 동 네 시장통에 있는 국수집을 가도 다 멸치 베이스로 하고 그러니까요.

                       

김현성 얻기 위한 물리적인 거리가 먼 음식에 대해서도 말이 많잖아요. 탄 소발자국이 긴 음식들. 그런 것에 대해서도 해당이 되는 말씀이시죠?

                       

양윤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쩔 때는 먹으러 상당히 멀리까지 가야 되잖 아요. 너무 바쁘다 보면 실천에 대한 고민도 있고. 내가 먹는 한끼에 죽는 생명도 없었으면 좋겠고, 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강소양 미리 자료를 보내 주셔서 많이 생각을 했는데, 음식이 일단 먹는 것이기 때문에 먹는 존재의 정신과 육체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대부 분 동의하잖아요. 일단은 내가 먹는 음식은 나의 존재의 정신과 육체를 건 강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요. 그걸 배제하고서 다른 것들을 고민하기는 어려운데요. 원칙적으로 ‘정 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뭐가 중요한가’ 깊이 들어가서 생각을 해 보다 보니까, 남을 해치지 않는 생산과정, 그리고 그 생산과정에서 참여했 던, 정성을 들였던 노동자들, 그런 과정도 고민하게 되고요. 멀리에서 저 희에게 오는 과정까지 다 고려해서 진정한 좋은 음식을 찾아야 된다, 그런 것들이 다 고려 된 상태에서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나도 행 복해지고, 그게 결과적으로 오랜 세월 쌓여서 커뮤니티 전체에도 이로운 방식으로 이바지 하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유기농 방식으로, 근거리 로컬에서 생산된 비건 음식’. 단어로 줄이자면 그런 음식이 가장 좋 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고 많이 얘기를 하고 다니고 있어요.

                       

김소라 메일로 대략의 사전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게 불교 의 ‘오관게’였습니다. 오관게란 승려들이 밥을 먹기 전에 기도 드리듯 암 송을 하는 것인데, 그 첫 문장인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라고 질문을 했을 때 제가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인 것 같아요. 공장식 축산이라든가, 고기를 만들 때 착취나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밥상에 차려진 고기에 그 착취나 폭력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는 시스템이고 완전한 단절이 이뤄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밥상에 차 려진 음식을 봤는데 ‘이 음식을 누가 생산했고, 누가 수확했고, 누가 만든 음식인가’ 이야기와 지도를 내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 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현성 당연히 비거니즘을 추구하겠지만 육식이라고 하더라도 음식의 근거나 기원에 대해 알 수 있는 음식이 더 낫다는 말씀이신 거죠?

                       

김소라 육식뿐만 아니라 채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장미경 비건 채식을 한지 일년반 정도 됐고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은 배제하고있는데,좋은음식에대해서는최근들어더깊이생각을하게되 는 것 같아요. ‘정크 비건’이라는 말도 있듯이 저도 간편하고 맛있게 기존 의논비건맛을재현해서그리워할때먹을수있는음식도많이먹었었는 데요. 비건식을 해도 소화기 문제가 계속 있었어요. 그런 고민이 계속 있다 보니까, 최근 자연식물식이나 현미생식같은 걸 조금씩 해보고 있어요. 탄 수화물은 배제하거나 거부감이 들고 단백질을 찬양하고, 그런 얘기가 많았 잖아요. 탄수화물에 대한 정의도 알게 되고 건강한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제 몸에 맞는 것을 찾아나가고 있는 단계에요.

                       

김현성 이번 특집을 기획한 계기가, 지금 장미경님이 ‘정크 비건’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얼마 전부터 대형 버거나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표현 이 좀 어떨지 모르겠지만 비거니즘을 추구하는 분들한테는 마치 ‘거대악’ 과도 같은 존재였던 이들이 지구를 구하는 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서비건메뉴나대체육제품을출시하고있잖아요.솔직히말씀드리면저 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여태까지 지구와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이 긍정적이 지않은측면이훨씬많지만,그래도아주작은부분이나마그런제품을출 시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서 반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어요.

코로나 직전 마지막으로 출장을 갔던 곳이 유기농 비누 브랜드 ‘닥터브로 너스’의 본사가 있는 샌디에고였습니다. ‘버거킹’에서 ‘임파시블 와퍼’를 막 출시했을 때인데, 그거 먹겠다고 달려가서 맛이 어떤지 먹어보고 그랬 거든요. 듣기로는 프랜차이즈들뿐만 아니라 대형 육류 유통업체들, ‘타이 슨(Tyson)’, ‘켈로그(Kellogg)’, ‘크로거(Kroger)’ 같은 곳에서도 ‘대체 육 시장에 뛰어든다’는 선언을 한 상태거든요.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그 들을 비판할 지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윤리적으로 올바르고 싶지 않아서 고기를파는일을종사하는게아니라서얼마든지이윤이창출될수있다 고한다면분명히대체육시장에도뛰어들수있는가능성이있다는생각 이 들어요. 조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반가운 생각이 솔직히 들어요.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그 전부터 비거니즘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셨고 활동하시는 와중에 그런 움직임이 나왔잖아요. 어떤 기분이 드세요? 그런 것에 대해서 어떤 의견이 있으세요?

                                                                 

강소양 공장식 축산업, 기업형 어업과 비교하면 동물권, 비거니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물 한 방울 정도의 수준입니다. 시스템 자체도 워낙 거대하 게 굴러가고 있고요. ‘공장식 축산과 기업형 어업, 양식업들이 지구 자원 의 7,80%를 빨아들인다, 거의 블랙홀과 같다’고 하는데, 지구 전체와 앞 으로다가올세대에게까지영향을끼친다는거시적인관점에서볼때그 런 움직임은 당연하기도 하고, 이미 늦었지만 너무나 반가운 일이죠.

다만 제가 우려해 온 점은 북미대륙형 대체육, 비건시장 제품과 유럽형 유기농 비건 제품의 차이입니다. 유럽의 경우 비건이 당연히 유기농 농사법, 로컬 생산법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요. 축산업 지원금이 많이 들어가서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던 햄버거 패티같은 것들이 지금은 환경부담금 을많이물고,유기농농사에 세금을 많이 지원해서 비건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경제전환이 이뤄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비건 제품은 유기농이다’라고 생각해요. 유기농이 대단히 좋다기 보다는 지역 농부를 살리는 것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있기 때문에 중요하거든요. 우리 는지금비건이트렌드화되면서딱시작하기좋은지점에있고,이미유럽 과북미시장방향이나문제점,좋은점을다보고시작하는거잖아요.그 러니까이런걸다보고,그안에서방향을잘잡아갈수있도록얘기를해 주고 의견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국의 대형 유통 체인인 ‘테스코(TESCO)’가 동물 모양 그대로 판매되는 정육점을 없애는 식으로 전환했거든요. 고기를 걸어놓고 ‘저 부위 주세요’ 하면 동물 시체를 그 자리에서 잘라주는 정육 코너들 있잖아요. 런던 근교 몇매장에서그런정육코너를없앤게5-6년전이에요.영국의동물권활 동가들은 ‘고기를 먹더라도, 영국 내에서는 도살을 하지 말자’, ‘도살장 아 웃’, 이런 식의 운동을 펼쳐요. 유의미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대형 마트나 기업들도 비즈니스로 유효하기 때문에 비건 정책에 동의하고 나아 가는 방향이 있는 거잖아요. 축산업자들 입장에서는 비거니즘 운동, 육류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들이 직업과 직결된 것이기도 하거든요. 평생 직업을 한순간에바꾼다는것이쉬운일이아니기때문에반발도클수밖에없 죠. 직업을 빼앗는 게 아니라 대체육이라든지, 유기농 농사로 전환해서 그 재료들로 대체육을 생산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안을 고민하면서 시스템 을 바꾸는 것이 전지구적으로 필요한 산업적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산업의 6,70퍼센트가 육류산업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걸 단기간에 극적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할 수 있는 ‘비건 프렌들리’ 정책 같은 건 당연히 반가운 일이에요. 비건 제품이라고 나왔는데 먹을 수 없는 제품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감사했어요. 주변에 홍보도 많이 했고 요. 정리하자면 기본 방향은 똑같은데 북미형 비건 제품보다는 유럽 쪽, 커뮤니티와 축산업자들의 대안 적인 직업 같은 것을 같이 고민하면서 유기적 으로 변화해갔으면 좋겠고, 그런 운동의 방향성을 잡아가고 싶어요.

                                                                     

김현성 북미형이 유럽형에 비해서 갖고 있는 문제, 단점이 뭔지 보충해서 추가적으로 설명해 준다면요?

                       

강소양 비건이지만 대량생산 과정을 거친 것들이요. 아몬드 대량생산 과정 을 보면 숲을 막 없애버려요. ‘내가 캘리포니아 산 아몬드를 먹어도 될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런 생산과정을 고민하다 보면 비건 제품을 고 르기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재료도 너무 안 좋은 걸 쓰는 거죠. 저는 같이 있던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먹자마자 그 자리에서 두드러기가 온 몸에 올라온 적이 있어요. 알러지 반응도 아니고 식물성 제품인데도 그런 반응이 오더라고요. 거기 들어간 방부제라든가 재료의 선도, 그리고 어디서 어떻 게 만들었는지 이런 것들까지 고려 하다 보면 건강한 제품이 별로 없어요. 이미 선례가 있으니까 거기서 보고 배워서 우리나라도 좋은 결과를 내면 좋겠고, 아시아에서 한국 비건식이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식단이 많거든요. 그런 부분을 방향을 잘 잡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김현성 테스코의 정책에 대해서 더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동물의 모양을 알 수 있는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사실 육류 제품이라는 게 제품화가 돼서 살아있었던 동물의 모양을 추측할 수 없는, 정형화돼서 포장된 제품화가 됐을 때 오히려 사람들이 더 거부감 없이 육식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몰라서요.

                       

강소양 전 매장은 아니고 런던 교외 몇 매장, 어떻게 보면 부촌이죠. 일부 만 적용을 하고 있는 건데요, 비건들이 워낙 테스코에 저항도 많이 하고 민 원도 많이 넣고 하니까, 테스코 내에 그런 것에 관심 있는 분도 계셨는지 몇 개 지점을 정했어요. 원래는 정육을 판매하지 말라고 요청을 했는데 기 업의 입장에서는 다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고, ‘시험 단계로 이렇게 해서 매출이 증가하고, 이런 식의 영업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이 되면 점차 정 육코너를 줄여나가겠다’ 이런 약속을 하면서 첫 시도한 게 그런 방식이었 던 것 같아요. 그리고 민원 중 가장 컸던 게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는데 동물 사체 모양의 고기들이 그대로 진열돼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되게 힘들어했다. 나는 테스코에 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김현성 어떻게 보면 그걸 요구한 소비자들도 좀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 이 드네요. ‘소비는 하지만 불편한 건 보고 싶지 않다’라는 것이잖아요.


강소양 그런 것조차도 거기서는 인권의 한 부분이니까요. 인권 존중에 대 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양윤아 저도 정말 반가웠습니다. 동물권에 전혀 관심이 없을 때에는 굉장히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채식 음식 중에서도 고 기 느낌이 나는 음식을 좋아해요. 기업에서 제일 먼저 쉽게 사람들한테 홍 보할 수 있는 게 채소 기반의 음식보다는 대체육인 거잖아요. 반갑기도 하 고 일부러 의무적으로 더 많이 사요. ‘기업들한테 시장성이 있다는 걸 보여 줘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버거킹에도 비건 버거 가 나왔는데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마요네즈는 비건이 아닙니다. 그런 걸 소비자랑 기업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업도 더 명확한 방향성이 생 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어떤 음식을 팔았고 어떤 행동을 했든지 간에 선한 행위 하나가 가장 중요하고, 첫걸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미경 최근에는 비건이라는 표현보다 ‘플랜트’라는 이름으로 많이 나오 는 것 같아요.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인 것 같긴 한데요. 최근 ‘세븐일레븐’에서 ‘플랜트 두부김밥’이 나와서 저희 집 근처에서 계 속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안 팔려서 주문을 못한다고 그랬대요. 편의 점 간편식은 너무 쉽게 단종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국내에서 는 ‘롯데’에서 빠른 반응을 보이는 거 같긴 해요. ‘미라클버거’가 처음 나 왔고 다음에 ‘어썸버거’가 나왔는데 단종됐죠. ‘네슬레’에서 만든 패티를 쓴다고 해서 약간 불매 입장도 있었고, 이런 걸 적극적으로 소비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한 것도 있어요. 힘들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정말 좋긴 좋아요. 어디 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최근에 동물권 운동 하시는 활동가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것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어요. 일단은 고무적이라고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래야 그 다음 단계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어쨌든 사람들에게 더 인지가 되는 것이고,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더 생 기는 것이라고요. 그 분들 목표가 채식 옵션을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옵션 이 있는 상태에서 기업들이 메시지를 줄 수 있어서 동물권 활동하시는 분들도 고무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김소라 녹색당에서 2019년 정도부터 채식선택권 정책이랑 법제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채식선택권’이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천으로서 ‘채식의무제’냐 하는 문제로 내부에서도 계속 논쟁이 있고, 대중들에 게 접근하기 위해서 지금은 ‘인권만 잡고 선택권으로 가자’고 하고 있거든 요. 농업, 먹거리, 농부들의 이야기를 하는 분과 동물권 활동가인 분의 논쟁이 있었는데 한 분은 ‘그렇게 GMO로 만든 콩고기를 미국에서 수입해 와서 정크 비건을 대중들한테 설득하는 걸로 과연 우리가 얼마나 정의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견과, ‘그래도 미국에서 수입한 콩고기가 보통 고기보다 탄소배출이 10분의 1이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그 간극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있고, 저도 개인적으로 모순이 안에서 존재해요. 대기 업에서 판매하는 식물성 대체육을 제가 소비했을 때 ‘거기에서 거두어 들인 수익으로 또 고기를 만들겠지’라는 상상으로 연결돼서, 급할 때나 호기 심에 먹거나 하는 정도로만 소비를 하고 있어요.

저도 비거니즘, 동물권 운동을 하는 입장의 비건으로서 그런 대기업에서 출시되는 비건 상품들, 비건지향의 상품들이 대중들에게 정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채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 에게 ‘비건’보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야 알아듣곤 했는데, 어쨌든 단기간 에 비건 프렌들리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적어도 비건이 뭔지는 각인이 됐 다고 봐요. 하지만 저는 ‘어떤 대체육을 사먹을 것이냐’고 했을 때,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꺼려지거든요. 비욘드미트는 참치랑 리챔 만드는 ‘동원’을 통해서 들어왔는데 내가 비욘드미트를 소비하면 다시 참치와 햄을 만드는 데에 쓰이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실천을 하고 있지만, 다 른사람들에게어떻게설득할까했을때에는,대체육이라고할수없을지 라도 ‘파아프템페’처럼 논 GMO 콩으로 만드는 작은 기업들의 제품 소비 를 촉진하기 위해서, 식당에서도 쓸 수 있게 사장님에게 얘기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실천을 하고. 이걸 운동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 기사 전문은 OhBoy! No.110 ‘GOOD FOOD’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0 MAY JU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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